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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이의 일상보고/끄적끄적 하루일기

▒ 중경삼림 ▒ 아, 그와 그녀 사랑에 빠졌나보다.

by Darai 2013.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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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後.

그, 사물과 대화를 시작하다.


 

 

 

그녀가 떠나도 그에겐 아직 많은 것이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로지 달라진 것은 그녀의 부재. 그녀가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녀가 떠난 뒤에 사물에게 말을 거는 남자.

울고 있는 수건, 야위어버린 비누······.

그래 기운을 내라. 그녀가 떠나도 너는 괜찮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말하는 남자.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외로웠을 뿐이다.

그녀가 떠나고 난 뒤에 그는 그저 자신의 외로움이 버거워 발버둥친 것이다.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다면(어떠한 감정을 타인에게 나눠 주었다면) 그는 그녀의 편지를 뜯어보았을 것이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샐러드를 좋아하는지, 감자 칩을 좋아하는지)가 궁금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사물에게 말을 거는 남자의 목소리는 다정하지만, 한 번도 그는 그 사물을 제대로 눈 여겨 보지 않았다. 빨간색 슬리퍼가 파란색으로 바뀌고, 하얀색 곰 인형이 노란색 고양이 인형을 바뀌었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는 거울 보듯 사물을 보고, 타인에게서 자신의 모습만을 찾았다.

이 남자. 너무 외롭다.

 

  

 

 

 


 

사랑이 시작되고,

그녀,

캘리포니아로 떠나다.


 

 

 

처음부터 그에게 시선이 간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애인에게 실연당했다. 애인은 편지를 맡기고 훌쩍 떠났다. 모두가 읽은 편지를 정작 주인인 그는 읽지 않는다.

당신의 좌석은 없다는 메시지. 그는 이미 예상한 건지도.

그의 집 열쇠가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그의 집에 들어가 청소를 하고, 물건을 사들이고, 그의 빈 어항에 물고기를 채워준다. 아무도 모르게, 그의 주변을 맴도는 여자.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와 그의 기억을 바꾸는 여자.(이 남자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다. 그녀가 바꿔놓은 시디 음악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 그녀의 전 애인이 떠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런 그가 조금씩 그녀에게 눈을 돌린다. 오랜만에 사복을 입고,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아~ 양조위가 데이트 상대라면 무조건 오케이일 텐데.)

그런데 그녀 오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것도 눈에 담지 않는(눈을 통해 보고, 인지하는 과정이 없는) 그에게 그녀 자신도 비누나, 수건처럼 의미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편지만 달랑 남겨놓고 떠나버리다니.

그는 또다시 편지를 읽지 않을 것인가.

비에 젖은 편지를 꺼내보는 그. 비행기 티켓이다.

휴지에 적힌 비행기 티켓은 행선지가 번져 알아볼 수 없다.

그 그녀가 1년 뒤 가자는 그 곳이 궁금하다.

 

 

 

 


 

‘궁금하다.’ = ‘사랑한다.’ ?


 

 

 

사랑의 반대가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그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까?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 어디에 있지?

뭐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궁금증들이 쉬지 않고 떠오른다면

아마 사랑에 빠진 것이다.

무언가에 의문을 갖는 것은 마음을 준다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냥 지나쳐가는 행인A의 안부가 궁금하진 않으니까.

 

1년 뒤,

다시 만난 두 사람.

 

스튜어디스가 되어 나타난 그녀.(그가 제복 입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는 경찰 제복을 벗고 가게를 얻었다.(그녀가 일하던 바로 그 가게. 그녀를 기다리려고?)

모습은 바뀌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기억하고, 궁금해 한다.

 

두 사람은 어디로 갈까?

 

그가 묻는다.

“어디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지?”

“다시 한 장 써 줄게요. 어디로 가고 싶어요?”

“당신이 가고 싶은 곳이면 좋아.”

 

 

아, 그와 그녀 사랑에 빠졌나보다.

 

 

 

 

 

내 멋대로 별점은 ★★★★

 

[2008/10/19 01:55 작성한 글을 옮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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