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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이의 일상보고/끄적끄적 하루일기

▒ 까밀 리와인드 ▒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은 지금이다

by Darai 2013.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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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밀 리와인드 (2013)

Camille Rewinds 
9.3
감독
노에미 르보스키
출연
노에미 르보스키, 사미르 궤스미, 욜랭드 모로, 미셸 빌라모즈, 드니 포달리데스
정보
코미디 | 프랑스 | 115 분 | 2013-07-18

 

그때 다른 길로 갔더라면,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수시로 말했더라면.

지나온 일을 되짚어 생각해보면 후회가 되는 일이 참 많다.

그때로 돌아간다면(반드시 지금의 생각을 고스란히 지닌 채로) 절대절대 그렇게는 살지 않을 거다.

 

아마도 이 영화는 이런 상상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지금의 내 운명이 시작된 결정적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마흔살의 까밀, 열여섯을 살다 


 

대사는 "꺄~악~" 비명 한마디가 전부인 무명배우,

첫사랑이었던 남편과는 이혼했고, 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알콜중독 상태.

무언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는 늦어보이는 나이 마흔의 까밀. 그녀의 삶이 더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2008년 12월 31일.

연말 파티에 참석한 그녀는 술에 취하고 조금 어지럽다.

눈이 내리는 창밖으로 결혼반지를 던져 버린다.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10, 9, 8, 7, 6, 5, 4, 3, 2, 1, ............................

 

눈을 떠 보니 병원.

열여섯 까밀로 돌아왔다.

모습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그녀를 16살 여자아이로 바라본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젊은 시절의 아버지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그때의 기분이란 어떨까?

그녀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열여섯으로 돌아간 것이 싫지만은 않다.

그리웠던 엄마의 잔소리. 함께라면 무서울 것이 없었던 나의 친구들.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나이 열여섯.

 

지금의 경험과 생각을 그대로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분명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나이를 먹어도 나는 나일뿐. 나의 선택은 결국 똑같을 거다.

그 사실이 조금 슬프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되돌아가도 달라질 게 없다면, 과거의 어떤 일을 후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영화 안에서 과거로 돌아간 까밀의 모습은 열여섯살 여자아이가 분명한데, 까밀과 관객의 눈에는 마흔살의 까밀이다.

(관객에게 그녀가 정신나이 마흔인채로 열여섯을 살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을까?)

 

아역을 쓰는 대신 마흔의 주인공이 소녀를 연기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효과적이었고,

또 마흔의 여자가 열여섯 아이의 옷을 입고 행동하는 것에서 색다른 웃음 코드를 만들었다.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


 

39일 후면 엄마가 죽는다.

억지로 엄마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

하지만 까밀은 안다. 엄마는 곧 죽는다.

엄마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엄마를 오래도록 추억하고 간직할 수 있는 일.

사랑스러운 엄마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엄마가 떠난 뒤에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바꿀 수 없는 일은 첫사랑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이었던 남편을 만난 까밀은 그를 멀리한다.

분명 사랑이 변할 것이고, 이별을 하게 될 것이고, 상처받을 것임을 알기에.

미래를 알고 있는 까밀은 그를 피해 도망친다. 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지난 25년간 잊고 있었던 첫키스의 설렘과 두 사람의 첫 순간들이 리와인드된다.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간다.

까밀은 절대로 바꾸려고 했지만, 결국 그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

바꿀 수 있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되돌리려 애쓰기 보다는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지금을 위해 사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은 과거 어느 때가 아니라,

바로 이 순간이다.

 

눈 오는 거리를 성큼성큼 걸어가는 까밀의 뒷모습을 담아낸 마지막 장면은

보는 사람마저 두근두근하다.

무언가 지금과는 다른 즐거운 일들이 시작될 것만 같아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삶이 기대된다.

 

 


적은 수의 개봉관, 찾아보는 즐거움


 

운이 좋게도 영화 <까밀리와인드>를 볼 수 있었지만, 

사실 헐리우드 영화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의 좋은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참 적다.

로봇과 좀비, 외계인이 판치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좋지만,

 

때로 잔잔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들도 상영해준다면 참 좋겠다.

힘없는 관객 1인의 작은 바람.

 

 

 

조금 큰 딸이 엄마랑 가서 보기 좋은 영화다.

내 멋대로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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